신사를 방문하면 자주 볼 수 있는 ‘에마’는 나무 판에 소원을 적어 봉납하는 일본 고유의 풍습인데, 그 배경에는 오랜 신앙과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에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신과의 중요한 소통 수단입니다.
이 글에서는 에마의 유래와 올바른 작성법, 봉납 과정을 설명하면서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독특한 에마를 다루는 신사도 소개합니다. 일본 문화를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은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일본의 에마란?
에마는 신사나 사원에 봉납하기 위한 나무 판으로, 소원이나 감사의 말 등을 적는 일본의 전통적인 풍습입니다. 판에는 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에마’라는 어원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살아있는 말을 신에게 바쳐 기원했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판에 말의 그림을 그려 봉납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합격 기원이나 건강 기원, 인연 맺기 등 다양한 소원이 담겨 참배자의 마음을 신불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1. 일본의 에마란?
에마의 유래는 고대 일본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말은 ‘신마'(신메)라고 불리며 신이 지상에 내려올 때 타는 신성한 탈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신에게 기원할 때는 살아있는 말을 봉납했지만, 점차 나무나 흙으로 만든 말로 대체되었고, 나라시대에는 말의 그림을 판에 그린 ‘에마’가 탄생했습니다.
무로마치시대에는 ‘대에마’, 에도시대에는 서민들에게도 퍼진 ‘소에마’가 등장하여 개인적인 소원을 담아 봉납하는 풍습이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는 말 외에도 다른 동물이나 길상물이 그려지는 경우도 많으며, 에마는 오랜 역사를 가진 신앙 문화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2. 일본 에마의 올바른 작성법과 과정
에마 작성법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구매부터 봉납까지 일정한 과정이 있습니다. 소중한 소원을 정성껏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작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에마의 올바른 작성법과 봉납 순서를 소개합니다.
2-1. 신사에 참배하기
에마를 봉납하기 전에는 먼저 신사에 제대로 참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사는 신이 깃든 신성한 장소이며, 에마에 소원을 적는 행위는 신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소원을 전하기 전에 먼저 감사와 경의를 담아 참배를 마치는 것이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참배의 기본 작법은 ‘이례이하쿠슈이치레이'(니레이·니하쿠슈·이치레이)입니다. 이것은 먼저 깊게 2번 절(예)을 하고, 2번 손뼉을 친 다음,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절을 하는 것입니다. 이례이하쿠슈이치레이로 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마음을 정돈한 후 에마에 소원을 적는 것이 좋습니다.
2-2. 에마 구매하기
참배를 마친 후에는 수여소나 사무소에서 에마를 구매합니다. 에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신사마다 디자인이나 크기가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신사와 연관된 동물이나 길상물이 그려진 것도 많아 외관을 즐기는 참배자도 적지 않습니다.
가격은 대략 500엔~1,000엔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특별한 장식이 된 에마나 대형 제품은 더 고가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소원이나 마음에 맞는 에마를 선택함으로써 봉납의 의미도 더 깊어질 것입니다.
2-3. 소원 적기
에마를 손에 넣었다면 뒷면에 소원을 적어보세요.글자 방향은 세로쓰기든 가로쓰기든 상관없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정성껏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하는 펜은 유성펜이 권장됩니다. 비나 습기에 강하고 장기간 글자가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소원이 오래 남습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이 영어로 기재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신은 글자 자체보다 담긴 ‘진심’을 중요시한다고 여겨집니다.
2-4. 이름·날짜·주소 적기
소원을 적은 후에는 에마의 빈 공간에 ‘이름·날짜·주소’를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누가 언제 어디서 소원을 담았는지 신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더 성의 있는 봉납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다만, 성명이나 자세한 주소를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정보가 걱정된다면 성만, 이름만, 별명으로도 문제없습니다. 주소도 ‘도쿄도’나 ‘Canada’ 등 지역명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또한, 날짜도 서기나 일본 연호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참배한 기념이나 자신의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마음이 담겨 있다면 형식에 엄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2-5. 봉납하기
에마 작성을 마쳤다면 신사에 설치된 에마걸이(에마덴)에 봉납합니다. 봉납 시에는 소원이 보이는 면이 앞으로 오도록 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에게 확실히 소원이 전달되도록 뒤집히지 않게 주의하세요.
또한, 구매한 에마를 기념으로 집에 가져갈 수도 있지만, 봉납해야만 비로소 신에게 소원이 전달된다고 여겨집니다. 따라서 가져가서 장식만 하는 것은 기원의 의미로는 부족합니다.
에마 봉납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신과의 중요한 소통 중 하나입니다. 마음을 담아 정성껏 봉납하세요.
3. 에마에 적은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할 일
에마에 적은 소원이 이루어졌다면, 신사를 다시 방문하여 소원이 이루어졌음을 신에게 보고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집니다. 이는 ‘감사 참배’라고 불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함으로써 신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풍습입니다.
감사 참배 시에는 다시 본전에서 참배하고 소원이 실현된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세요. 특별한 말이나 형식은 필요 없지만, “감사합니다”라고 솔직하게 전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은 소원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마음가짐도 지켜보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소원이 이루어진 후에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참배로 마무리하세요.
4. 에마로 유명한 일본의 신사
일본 각지의 신사에서는 제신이나 역사에 관련된 개성적인 에마가 준비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중에는 동물이나 길상물, 지역 전설을 모티프로 한 독특한 에마도 볼 수 있으며, 참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아래에서는 특히 에마로 유명한 신사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4-1. 후시미이나리타이샤
교토에 있는 후시미이나리타이샤는 일본 전국에 약 3만 개 있는 이나리 신사의 총본궁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업 번창과 가정 안전, 교통 안전 등의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주홍색의 ‘센본토리이’로도 유명하지만, 경내 곳곳에 여우 상이 있어 신의 사자인 ‘백호'(뱌쿠코)가 신앙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서는 여우 얼굴 모양의 ‘백호 에마’나 빨간 토리이 모양의 에마가 수여됩니다. 백호 에마는 앞면에 좋아하는 얼굴을 그리고 뒷면에 소원을 적는 독특한 형식으로, 개성 넘치는 에마가 줄지어 있습니다.
특히 사업 번창이나 산업 발전을 기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신사로, 참배와 함께 오리지널 에마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4-2. 산코이나리신사
아이치현 이누야마시에 있는 산코이나리신사는 이누야마성 기슭에 위치하며, 인연 맺기와 부부 화합의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기 신사입니다. 특히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연애 성취를 기원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산코이나리신사의 특징은 경내에 늘어선 선명한 토리이와 분홍색 하트 모양 에마입니다. 소원을 적는 면에는 하트 모양 테두리가 장식되어 있어 사진 찍기 좋다고 SNS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커플이나 부부의 참배는 물론, 연애를 성취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딱 맞는 에마입니다.
남녀 좋은 인연, 부부 화합, 가정 안전을 기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파워스팟으로, 많은 참배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4-3. 카와이신사
교토·시모가모신사의 섭사인 카와이신사는 여성 수호와 미의 여신 ‘타마요리히메노미코토’를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용과 미의식 향상을 기원하는 여성들의 신앙을 모으는, 교토 굴지의 미인 기원 스팟입니다.
카와이신사의 명물은 손거울 모양의 ‘거울 에마’입니다. 표면에는 얼굴 윤곽이 그려져 있어 자신의 이상적인 얼굴에 비유해 색연필이나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합니다. 뒷면에는 소원을 적어 봉납합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기원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에마로, 평소 사용하는 화장품을 사용하면 효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기도를 담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에마입니다.
4-4. 도요쿠니신사
교토·히가시야마구에 있는 도요쿠니신사는 전국 무장·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내에는 웅장한 당문과 히데요시 관련 유구가 남아 있어, 출세나 성공을 기원하는 참배자들로 붐빕니다.
도요쿠니신사의 에마는 히데요시가 전쟁 때 사용한 ‘표주박 마인’에서 따온 표주박 모양입니다. 길한 형상으로 ‘개운 성취’와 ‘인연 맺기’ 두 종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소원을 적은 에마는 사무소에 납입되어 다음 날 기원된 후, 2년간 신전 내에 봉납됩니다. 성공이나 좋은 인연을 기원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하는, 격식 높은 에마입니다.
요약
에마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신앙 문화 중 하나로, 소원을 신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봉납에는 올바른 작법과 과정이 있으며, 참배부터 에마 구매, 기입, 봉납까지 마음을 담아 행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소원이 이루어진 후에는 감사를 전하는 감사 참배를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각지의 신사에는 개성적인 에마도 많아, 기원뿐만 아니라 문화 체험으로도 매력이 넘칩니다. 여행 시에는 꼭 신사를 방문해보세요.
※이 글은 2025년 4월 시점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